인생 2회 차 에어캡
집이란 참 신기하다. 집이 크든 작든, 방이 하나든, 둘이든, 셋이든 온갖 잡동사니가 쌓이는 공간이 생기니 말이다.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집주인의 특성으로 방 한쪽에는 커다란 박스 대여섯 개가 오랫동안 쌓여있었다. 한참을 고이 보관하고 또 한참을 방치한 그 박스 안에는 에어캡이 가득 들어있었다.
택배로 도착한 물건들을 감싸고 있던 그 무수한 에어캡들. 나는 그것을 버리지 못하고 방의 일부 공간을 내줘가며 보관했다. 너무나 깨끗해 새것 같은 중고 에어캡은 나에게 '저장 강박'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내 모습에 남편은 도대체 에어캡을 어떻게 처리하려고 그리 모으나 하기도 했고 그러려니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꾸준히 구입하니 주문하지 않은 에어캡은 계속 생겼고, 딱히 사용할 곳은 없는데 버리질 않으니 에어캡 박스는 하나 둘 늘어났다.
에어캡을 처음 모으기 시작했을 때는 자원순환에 대해 고민이 깊지 않았다. 정말로 그저 너무나 깨끗해서 버릴 수 없었을 뿐. 아토모스를 운영하면서 과거에 비해 자원순환에 관심을 가지면서 모아둔 에어캡을 처리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2019년부터 모았던 에어캡은 2022년 1월에야 박스에서 해방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