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있는 카페인 섭취가 필요한 이유_ 지속 가능한 커피 이야기(3)

책임 있는 카페인 섭취가 필요한 이유_ 지속 가능한 커피 이야기(3)

10년 전까지만 해도 집이나 사무실 탕비실에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장비가 있는 곳은 드물었던 것 같다. 간단한 핸드드립 도구와 커피 메이커가 있는 탕비실을 만나기도 했지만 대부분 오랫동안 방치된 상태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지천에 있는 것이 카페이고, 인스턴트커피가 종류별로 상비되어 있었으니 사무실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에 부지런할 필요는 없었다. 더군다나 일터에서 마시는 커피는 군용 식량과 다를 바 없으니 맛과 향미를 따지는 커피 취향을 고집할 여력도 없었다.  

2010년 한국네슬레에서 '네스카페 돌체구스토'를 출시한 이후 네스프레소의 캡슐 커피 머신은 집과 사무실의 필수가전으로 등극했다. 2014년이었던가. 내가 일했던 일터에도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이 생겼다. 자그마한 크기에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도 않고, 청소나 세척에 손이 덜 가니 세상 이렇게 편할 수가 없구나 싶었다. 알록달록하고 앙증맞은 커피 캡슐이 꽤나 예뻐 보였고, 알록달록한 색상 덕에 이것저것 마셔보고 싶다는 유혹도 쉽게 생겼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된 이후에는 홈바가 유행하면서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 갖가지 드립 도구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 덕분인지 커피전문점에서나 보던 하이엔드급 에스프레소 머신 브랜드에서도 홈카페족을 겨냥한 머신이 출시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폐업하는 카페들도 많았지만 2020년, 2021년 우리나라의 커피 수입량이 증가* 했다고 하니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엄청나다.

2020년 커피 수입량 17만 6천 톤(전년대비 5.36% 증가), 2021년 수입량 18만 9천 톤(전년 대비 7.27% 증가)_출처 : 관세청
나도 2021년부터 아토모스(ATOMOS)를 운영하며 뉴욕과 예테보리에서 커피를 수입하고 있으니 커피 수입량 증가에 깨알같이 일조하고 있다.

호주 기후학회(TCI)는 2080년 커피가 멸종될 것이라 경고했고, 영국 왕립식물원 큐가든(Royal Botanic Gardens, Kew)에서는 기후변화, 삼림 벌채, 곰팡이 병원균 및 해충 확산으로 야생 커피 종의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래서 앞서 게시했던 "고작 커피 한잔" 과 "멸종 위기의 커피, 생존 위기의 농부들"에 이어 커피의 위기와 커피로 인한 지구 환경의 위기에 대해 조금 더 글을 써보려고 한다.

열대림 벌채 후 조성되는 커피농장

커피 생산국에서 커피는 그 나라의 ‘가장 큰' 수출품에 해당한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적도 부근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열대림을 갖고 있다. 전 세계의 엄청난 커피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이들 국가들은 지구 상에서 생물학적으로 가장 풍부한 육상 생태계인 열대림을 벌채한다(정확히는 커피를 포함한 농업이 열대림 벌채의 80%를 주도).

열대림이 벌채된 곳에는 커피농장이 조성된다. 얼마 전 방영했던 <지구인 더 하우스>에서는 이 내용을 다룬 적이 있다. 열대림을 벌채하는 것만으로도 탄소 흡수원이 감소하는 것이니 지구 전체의 기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