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의 부활(2)

도시락의 부활(2)

벌집, 뱀, 보라색 도라지꽃, 오래된 아궁이, 생기 없는 툇마루. 오래된 기억 속 시골집 풍경은 황폐하고 황량했다. 시골집의 이미지가 그러한 것은 아빠 세대에 벌어진 이촌향도의 흔적이었다.

내가 어릴 때 시골집 앞마당과 뒷밭에는 크고 작은 돌멩이와 온갖 잡초가 가득했다. 집은 비워져 있는 시간이 길었으므로 사람의 것이 아닌 시간이 더 길었다. 집 주변에서 종종 뱀을 봤고(아빠는 이걸 아무렇지 않게 잡아서 풀숲에 던졌다), 낡은 지붕에는 커다란 벌집이 달려있기도 했다. 집 뒤에 딸려있는 밭은 밭으로써의 기능을 하지 않았다. 보라색 도라지꽃은 재배하지 않은 야생의 것이었다. 아궁이가 있는 오래된 부엌은 나무 뗀 냄새가 깊숙이 베여 부엌에 들어간다는 느낌보다는 냄새 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나무로 된 툇마루는 물걸레질을 해도 물이 스며들지 않을 정도로 건조하고 생기가 없었다.

물론 좋은 기억도 꽤 많다. 하천에서 했던 물놀이라던가 개구리 잡기 같은 것들.

나와 오빠가 혼자 있어도 되는 나이가 되자 부모님의 시골집 방문은 점점 늘어났고, 시골에 다녀올 때마다 자동차 트렁크에는 여러 가지 채소가 가득했다. 그걸로 엄마는 반찬을 했다. 정말 시골에서 온 시골밥상이었다.

몇 년 전부터는 부모님이 부산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시골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다 보니 봄에는 씨 뿌리고 모종 심느라 바쁘고, 여름에는 물 주기 바쁘고, 가을에는 수확하기 바쁘고, 겨울에는 김치 담그느라 바쁘다.

시골집은 수년 전에 보수하여 황폐하고 황량했던 모습은 기억 속에만 남게 되었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창고를 보며 아빠의 다른 면모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