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의 커피, 생존 위기의 농부들_지속 가능한 커피 이야기(2)
몇 년 전 SBS에서 방영하던 <맛남의 광장>을 종종 보곤 했다. 방송의 취지는 전국 각지의 특산물을 소개하고 백종원씨를 비롯한 출연자들이 함께 특산물을 활용한 신메뉴를 개발하여 지역 특산물의 소비 촉진과 인식 개선을 하는 것이었다. 가끔 보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어느 지역을 가든, 어떤 특산물을 소개하든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었다. 첫 번째는 폭우로 혹은 가뭄으로, 한파로 혹은 폭염으로 작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 두 번째는 힘들게 농사짓고 어업 한 농수산물을 헐값에 유통업체에 넘긴다는 것이었다.
커피도 농작물입니다.
물론 커피가 '커피나무'에서 열리는 '체리(열매)'를 통해 수확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나에게 커피는 농작물이 아닌 '아메리카노'혹은 '라떼'로 인식됐다. 커피가 땅의 농작물이라는 것은 나에게 뻔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커피=농작물'이라는 수식이 완성되면 <맛남의 광장>에서 강조된 지역 특산물의 어려움과 다르지 않다. 커피 생산량과 품질은 다른 농작물과 마찬가지로 기후에 의해 일차적으로 결정된다. 그러니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위기는 커피 재배에 치명적이다. 한편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이 비일비재한 커피 문화가 기후위기, 탄소배출, 생물 다양성의 위기 등에 대한 책임 주체로 지목되며 변화를 요구받지만 커피도 환경오염의 피해자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면 커피는 어떤 지점에서는 문제의 원인이자 결과이기도 하다. '커피 산업' 전반으로 사회학적 상상력을 발휘했을 때 '커피 한 잔'의 무게는 꽤나 무거워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2018년 기준 대한민국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353잔이라고 하니 커피를 마시는 1인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생각해보는 것은 향후 커피 문화의 방향성을 제시해줄 지도 모른다.
커피 생산의 위기 : 멸종 위기의 아라비카

아라비카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커피 종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인스턴트커피의 대중화와 고급화로 꽤나 익숙한 커피종이기도 하다. 2019년 영국 왕립식물원 큐가든(Royal Botanic Gardens, Kew)이 발표한 보고에 의하면 야생 커피 종의 60%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60% 안에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아라비카의 야생종이 포함되어 있어 커피 생산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한다(* 60%라는 수치는 멸종 위기 식물의 전 세계 추정치인 22%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치이다). 큐가든 과학자들에 의하면 야생 커피 종의 멸종 위기 원인은 삼림 벌채, 기후변화, 곰팡이 병원균 및 해충 확산에 기인한다.
아라비카 야생종은 현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레드 목록에 멸종 위기종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이것은 향후 품질 좋은 새로운 커피 작물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기도 하다. 나아가 호주 기후학회(TCI)는 기후변화에 따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2080년에는 커피가 멸종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2080년이면 내 나이가 97세이니 다행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