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의 힘

아토모스의 컬러는 파랑이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덕분에 파랑을 선택하는데 망설임은 없었다.

브랜드 명을 아토모스로 결정한 뒤 남편이 칼 세이건이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이라 했고 그 지칭에는 인류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은 분류 상으로 천문학 서적이다. <창백한 푸른 점>은 <코스모스>와 더불어 명저로 유명하지만 나에게는 그 두꺼운 과학서적을 읽을 계기가 생기지 않았다. 매장 운영을 준비하며 브랜딩이나 경영에 관한 책은 한 권도 보지 않으면서 나는 아이러니하게 <창백한 푸른 점>을 펼쳐 들었다. 천문학이 겸손과 인격수양의 학문임을 증명하듯 칼 세이건은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우주의 존재와 우주 이동의 방향성을 설명한다. <창백한 푸른 점>에서는 그의 철학적이고 성찰적인 면모가 문장 곳곳에 드러난다.
창백한 푸른 점은 1990년 2월 태양계 외곽에 도달한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의 카메라가 찍은 지구의 모습이다. 지구라는 행성의 존재를 몰랐다면 나는 그 점을 지구라고, 지구의 빛깔이 창백한 푸른 빛깔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좁쌀보다 작은 점을 나는 관심 있게 바라볼까? 칼 세이건 역시 우리가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이라 지칭할 수 있는 것은 푸른 빛깔의 바다와 대기, 흰구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말한다. 지구는 광활한 우주의 어느 외계인 과학자의 관심조차 끌지 못하는 작은 점일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