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에 유별난 사람(고장 난 우산 7년 만에 고친 이야기)
내가 다니던 중학교 근처에는 백화점이 있었다. 더운 여름 하굣길에는 에어컨 바람을 쐬기 위해 친구들과 백화점 1층을 한 바퀴 휘~ 도는 것이 일상이었다. '쌈지'가 잡화계를 휩쓸고 있던 시절, 검은색 원단에 진회색 파이핑이 둘러진 3단 우산이 눈에 들어왔다.
2만 원 중후반의 가격이었던 쌈지의 3단 우산은 나의 첫 번째 '소소한 사치'였고, 취향을 반영한 첫 번째 생활용품 구입이기도 했다. 중학생이 3만 원에 가까운 우산을 샀으니 엄마와 친구의 핀잔이 있었을 텐데 이상하게 그 기억은 온데간데없고 내가 그 우산을 정말 오래 사용했다는 기억은 선명히 남아있다.
한두 번은 쌈지에 A/S를 요청했고, 쌈지가 문을 닫은 후에는 동네 어딘가 우산을 고쳐주는 곳을 찾아 수리를 한 후 사용했다. 쌈지 우산과 이별을 고하게 된 것은 우산천이 접히는 부분이 낡아 우산 안으로 빗방물이 똑똑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산 하나를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첫 번째 직장을 다니는 동안 사용했으니 나 자신이 조금 신통하기도 했다.
'기왕이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사서 '오래 사용하자'는 나의 소비스타일은 쌈지우산에서 비롯되었다. 쌈지우산을 보낸 뒤 totes(토스)라는 브랜드의 우산을 몇 차례 수리 후 사용하다 역시나 우산 안으로 빗방물이 똑똑 떨어져 이별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나의 유별난 우산 사랑을.
"우산 잃어버리는 법이 없으니까!!"